중국 문화의 상징이자 역사의 중심인 베이징을 진기한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주는 도시사.
린위탕(林語堂)의 선견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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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IOC총회의 200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도시 베이징과 파리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양측의 대결이 단순히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기 위한 것 이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은 두 도시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과 프랑스의 자존심 그 자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과는 놀랍게도 40년 전 린위탕이 이 책 <베이징 이야기>에서 말한 대로 되었다. 물론 그는 40년 후에 베이징과 파리가 올림픽 개최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두 도시를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베이징의 우세를 점쳤던 것이다. "파리와 베이징 두 도시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베이징이 파리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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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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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위탕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살려 도시와 여자를 비교한다. "여자는 개성이 없어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고. 그렇다면 베이징을 개성 있는 도시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삶 세 가지를 꼽는다. 그래서 이 책을 아주 간략히 설명한다면,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베이징만의 매력을 발산시키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의 자연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기후일 것이다. 베이징에는 사계절이 있고 각 계절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경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베이징을 베이징답게 만드는 기후의 특징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너무나도 맑고 푸른 하늘이 있는가 하면 그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누런 먼지가 지독히 많다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여유롭게 하고, 후자는 도시 전체를 황갈색이나 회색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리는 먼지하면 황사현상이나 스모그 같은 불청객을 떠올리게 되지만 베이징의 먼지는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색깔을 더욱 개성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청명한 하늘과 누런 먼지에 이어 베이징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웅장한 건축물들이다. 황금빛 기와가 번쩍이는 자금성의 수많은 궁전들을 비롯해서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각종 사원들―불교사원, 도교사원, 라마교사원, 성당―, 중국의 건축물 중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천단의 기년전, 특이하게 생긴 고루와 종루, 베이징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천안문, 이화원의 아름다운 누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베이징 북쪽 교외로 나가면 저 유명한 만리장성과 명십삼릉을 만날 수 있고, 서남쪽으로 가면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극찬한 노구교가 있다. 이런 옛 건축물과 함께 베이징에서는 중국 예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자금성 안에 회화, 서예, 도자기, 공예, 칠기 등 중국 예술이 낳은 최고의 진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웅장하고 세련된 베이징의 건축과 예술은 이 책에 수록된 화보들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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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이 베이징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긴 하지만 베이징의 가장 큰 매력은 베이징 사람들의 삶이라고 린위탕은 말한다. 린위탕은 베이징 사람들의 성격과 의식에서부터 일상, 여가,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면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베이징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순박하며 예절바르고 인내심이 많다. 그들의 생활은 사치스럽지 않으며 자신의 생활에 쉽게 만족하는 편이다. 그들의 생활태도와 인생관의 근저를 이루는 것은 관용과 조화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북방 유목민족―거란족, 여진족, 몽골족, 만주족 등―에게 여러 차례 지배를 당하고 문화적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고 외래 문화를 중국화된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베이징인의 생활상의 특징은 종교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에는 유교, 도교, 불교라는 3대 종교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대단히 현세적이며 다신교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스도교나 이슬람교 같은 세계종교가 중국에서 크게 확산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신앙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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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통해 본 '중국문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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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은 베이징의 세 가지 특징 외에 린위탕은 베이징의 역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린위탕이 단순히 베이징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는 않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린위탕은 평생 중국인과 중국문화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그것을 올바로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책을 썼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중국의 변화를 실감하고 "도대체 중국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 사람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다. 린위탕이 보기에 중국의 진정한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며 삶의 방식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문화의 깊이와 가치를, 그리고 베이징 사람들에게서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정신을 발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베이징을 중국의 상징으로, 베이징 사람을 중국인의 대표로 한, 다시 말해서 베이징을 통해 본 하나의 '중국문명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린위탕(林語堂, 임어당)
1895년 푸젠(福建) 성 룽시(龍溪)에서 태어났다. 상하이 세인트 존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 유학,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으로 돌아와 베이징 대학, 칭화(淸華) 대학, 베이징 여자사범대학, 상하이 둥우(東吳) 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1927년에는 정치에 입문하여 우한(武漢) 국민정부의 외교부장 천유런(陳友仁)의 비서를 지냈다.
우한 정부 해체 뒤에는 집필에만 몰두하여 명수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193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살면서 <뉴욕 타임스>의 특별기고가로 활약하는 한편 중국에 관한 많은 영문 평론을 발표했다. 1948년에는 유네스코 예술부장에 선출되었고, 1954년에는 싱가포르 난양(南洋)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1976년 홍콩에서 사망했다. 수많은 저작 가운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으로는 에세이집 <생활의 발견>, 장편소설 <북경호일>, <소동파 평전> 등이 있다.
북리뷰
| 제목 | 게재지 | 글쓴이 | 날짜 |
01 | 베이징에 가보면 中문명이 보인다 | 한국일보 | 오미환 | 2001.11.23 |
02 | 베이징이란 창으로 본 중국 그들의 삶 | 조선일보 | 정민 | 2001.11.24 |
03 | 매력 덩어리 '내 애인 베이징' | 경향신문 | 김민아 | 2001.11.24 |
04 | '천의 얼굴' 베이징은 살아 있다 | 매일경제 | 정철진 | 2001.11.24 |
05 | 할머니 품처럼 평화로워라 '베이징 이야기' | 한겨레신문 | 김영희 | 2001.11.24 |
06 | 린위탕(林語堂)이 구수하게 쓴 베이징의 삶과 역사 | 중앙일보 | 유광종 | 2001.11.24 |
07 | 자연·예술·삶 어울린 800년 고도 | 국민일보 | 이준희 | 2001.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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