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30일 토요일

이산의책08 천안문

천안문-근대 중국을 만든 사람들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 정영무 옮김
1999년 2월 27일 발행 / 584쪽 / 값 20,000원


*미국 Modern Library 선정 20세기 명저100선 * 월간 신동아 20세기 명저 중국사 부문 선정

1895년에서 1980년까지 중국 100년의 역사와 혁명을 수놓은 주요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통해 추적해 가는 한 편의 감동적인 역사 대하드라마.


새 천년의 관문 <천안문>
<천안문>이 펼쳐가는 이야기는 '중국인과 중국혁명'에 관한 것이다. 사실 역사가가 혁명과 같은 역사적 격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역사가의 판단이 혁명 자체를 미화하거나 아니면 매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가 흔히 접해 왔던 숱한 중국혁명사는 대개 전자나 후자 둘 중의 하나였다. 한마디로 우리는 냉정한 역사적 판단이 결여된 채 중국혁명사를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 세계 속의 중국은 두 입장 다 옳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인이 추구했던 진정한 중국혁명은 무엇이었을까? 
이 의문을 스펜스 교수는 새로운 서술방법으로 수를 놓듯이 감동적으로 풀어나간다. 지은이는 중국혁명의 기점을 청일전쟁 직후인 1895년으로 설정하고 사회주의 중국이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1980년까지 약 1세기에 걸친 역사를 아우르면서, 이 변혁기의 격랑을 헤쳐나간 역사 속의 인물들의 글과 행동과 사상을 통해 중국혁명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을 값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지은이만의 역사적 통찰력과 인물 선정 그리고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가시지 않는 문학적 향기이다.

중국 근대 100년의 대하드라마
만약 이 책이 역사의 인물을 통해 중국혁명을 그린 대하드라마라면 당연히 이 책의 주인공은 강철 같은 혁명가들일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는다. <천안문>의 주연은 1898년 개혁운동(무술변법)의 주동자 캉유웨이(康有爲),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 새로운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딩링(丁玲)이다. 이들의 삶과 고뇌와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중국혁명을 구성하는 사건들이 갖는 연속성을 포착하고 있다. 캉유웨이는 1858년에 태어나 공산당과 국민당이 처음으로 세력 다툼을 시작한 1927년에 죽었다.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 공산당이 국민당군의 토벌작전을 피하기 위해 대장정에 나서고 일본이 중국 침략 준비를 완료한 1936년에 죽었다. 1905년에 태어난 딩링은 남편 후예핀이 국민당에 체포되어 처형당하자 공산당에 입당했으며, 1952년에는 스탈린 문학상을 받기도 했지만 두 차례나 숙청을 당했다가 덩샤오핑이 실권을 장악한 1979년에 복권되었다. 우리는 중국 근대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돌아가는 이들의 인생역정을 통해 자연스레 그 시대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쑨원(孫文), 마오쩌둥(毛澤東), 장제스(蔣介石), 저우언라이(周恩來)도 등장하지만 이들은 약간 비중 있는 조연일 뿐이다. 오히려 이들보다 탁월한 감각으로 자신의 희망과 좌절을 그려낸 량치차오(梁啓超), 쉬즈모(徐志摩), 원이둬(聞一多), 취추바이(瞿秋白), 선충원(沈從文), 라오서(老舍), 웨이징성(魏京生) 등이 더 비중 있는 조연들이다. 또 하나 이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개성을 발하는 인물들은 봉건적, 가부장적인 중국사회에서 과감하게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삶을 쟁취해 나간 여성들이다.

<인형의 집>의 노라처럼 가정의 속박을 벗어나 낭만적인 여성혁명가의 길을 개척한 추진(秋瑾)을 비롯하여, 사회주의혁명운동에 투신했다가 국민당에 체포되어 처형당한 샹징위(向警予), 뒤늦게 전족을 풀고 피나는 고통을 감내하며 두 발로 새 삶을 시작한 딩링의 어머니, 낭만적 연애주의자이자 시인인 쉬즈모와 열애를 하다가 량치차오의 며느리가 된 린후이인(林徽音), 각각 쑨원과 장제스의 부인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쑹칭링(宋慶齡)과 쑹메이링(宋美齡), 루쉰의 과격한 제자에서 그의 아내가 된 쉬광핑(許廣平), 백화운동(百花運動)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던 중국의 잔 다르크 린시링(林希翎), 직장 상사의 성폭력에 대항해 싸우다 신중국의 모순을 자각하고 반정부 농민시위를 주도한 푸웨화(傅月華) 등등. 이런 주연과 조연들 외에도 이들과 때로는 의기투합하고 때로는 서로 반목하면서 이 드라마를 빛내는 수많은 엑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 
중국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와 같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중국혁명의 본질을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중국혁명이 단순히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혁명은 어느 하나의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민족주의, 실용주의, 개인주의 혁명이자 과학적이고 낭만적인 혁명이며 여성해방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근대사는 도도한 역사의 강으로 합류하는 서로 다른 지류들이 모여서 이루어 낸,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장엄한 파노라마이다. 

저자 조너선 D. 스펜스(Jonathan D. Spence)

예일 대학 역사학과 석좌교수(Sterling Professor)이며 현재 미국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이다.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윈체스터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다. 1959년 예일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여 1965년에 역사학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구겐하임 펠로우쉽, 맥아더 펠로우쉽 등을 수상했으며, 미국예술과학원과 미국철학협회 회원이다. 역사와 문학을 결합한 그의 독특한 역사서술방식은 연구자를 비롯한 일반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쓴 책으로는 The Death of Woman Wang, <천안문>,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God's Chinese Son 등 10여 권이 있다.

북리뷰

 제목게재지글쓴이날짜
01  전통의 관성이 강한 나라, 중국의 이해출판저널황희경
1999.3월호
02  한눈에 보는 현대중국 100년 드라마한겨레신문이상수
1999.03.02
03  인물 통해 다시 본 중국혁명중앙일보신용호
1999.03.04
04  변혁기 현대중국 100년의 드라마부산일보김명곤
1999.03.09
05  중국 현대 100년 헤쳐간 '혁명가'들의 삶한국일보 
1999.03.09
06  중국혁명은 끝나지 않았다주간조선이한우
1999.03.11
07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틀 세우기 교수신문허원
1999.03.15
08  중국 혁명정신과 문학의 향취뉴스플러스김영신
1999.03.18
09  인간의 얼굴로 되살린 '중국혁명'시사저널임상범
1999.03.25
10  근대 중국을 만든 사람들의 문그날이오면김현정
1999.04.21
11  현대 중국발전원동력은 루쉰 등 선각자 개혁정신 조선일보현명관
1999.06.03
12  혁명의 거센 물살 헤쳐가는 중국 근현대사의 인물들출판저널유세종
1999.10.20
13  Book of the TimesN.Y.TimesLeonard
1981.10.12
14  THE LONG REVOLUTIONN.Y.TimesLattimore
198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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