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30일 토요일

이산의책04 중국의 '자유' 전통

중국의 '자유' 전통 ― 신유학사상의 새로운 해석
Wm. 시어도어 드 배리 지음 / 표정훈 옮김
1998년 4월 24일 발행 / 248쪽 / 값 10,000원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철학사상이자 통치 이데올로기였던 주자학과 양명학에서 '자유'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적 전통의 뿌리를 밝혀 낸 신유학 연구의 세계적 명저.


이 책은 지은이가 1982년 홍콩 중원(中文) 대학에서 개최한 첸무(錢穆) 기념 강좌에서 행한 강의를 정리하여 1983년 홍콩 중원 대학과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동시 출판한 책이다. 또한 현재 중국어판과 일본어판이 나와 있을 정도로 신유학사상 분야에서ㅊ는 동서를 불문하고 폭넓게 읽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이유는 신유학을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동아시아가 안고 있는 사상적 전통과 결부시켜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IMF사태 이후 동아시아의 경제위기와 관련해서 또다시 '동아시아적 가치'란 것이 과연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새삼 세계인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개중에는 서양인은 물론 동아시아인 스스로도 '동아시아적 가치'는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조차 있다. 
이런 정신적 공백상태에서 <중국의 '자유' 전통>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진지하게 다시 성찰하게 해주는 값진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지은이는 신유학이 동아시아를 낙후시킨 원인이나 보수반동적인 정치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신유학사상에서는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에 못지않은 이념적, 실천적 관념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서구의 자유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포괄적 의미의 자유주의로 수렴할 수 있는 동아시아적 가치와 자유주의적 전통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은 동아시아인의 공통된 심성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신유학사상의 고전적 저작들(주희, 정자 형제, 왕양명, 황종희 등등)의 원문을 하나하나 인용해 가며 신유학사상의 진면목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향약의 경우 '約'은 공동체의 성원들이 맺은 일종의 '계약'을 뜻하며, 이 계약은 개인의 인격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서구 사회의 계약이 주로 손익계산이나 소유권과 관련된 것인 데 반해 향약의 계약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소망을 존중한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오륜(五倫)에서 효(孝)의 경우, 주자(朱子)는 '효'를 일방적인 자식의 의무가 아니라 부모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에 응해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고 봉양하는 호혜적 관계로 이해했다는 사실(81쪽)을 밝힘으로써 '효'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통념을 깨뜨린다. 
우리는 지은이의 오랜 기간에 걸친 학문적 축적의 결과를 읽어 나가면서 우리 자신의 전통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난마처럼 뒤얽힌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그리고 21세기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전통이 왜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지은이는 먼저 서설에서 자신의 문제의식과 신유학의 사상적 의미를 밝힌 다음, 첫번째 강의에서 신유학 탄생의 배경, 곧 송대(宋代) 특유의 지적 풍토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 강의와 세번째 강의에서는 신유학사상의 자유주의 교육과 개인의 자발적 정신에 대해서 언급한다. 
여기에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배움'(爲己之學), '스스로 얻음'(自得), '자기 스스로 책임을 떠맡음'(自任)이라는 관념과, 정주(程朱) 사상 가운데 '자아'(自我)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개념들이 화두가 된다. 네번째 강의에서는 이런 사상적 추세가 명 말에 끼친 충격적인 영향에 대한 의의를 평가하고, 결론에 대신하여 이것을 새롭게 종합하려는 황종희의 시도를 분석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송(宋)에서 청(淸)에 이르는 신유학사상의 전통을 오늘날 중국의 사상적 현실과 어떻게 연관지어 볼 수 있는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신유학사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자 왈―맹자 왈―"과 같은 부정적인 표현으로 상징돼 온 주자학의 진정한 사상적 본질을 평이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는 입문서로서도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신유학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현대 중국에 비추어 설명함으로써 신유학의 현재적 의미를 독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욱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은이가 정성껏 써 보내준 장문(長文)의 한국어판 서문은 이 책의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특히 이 서문 말미에 나오는 천안문 사태 이후 현재의 중국에 대한 지은이의 통찰력은 노대가의 연륜을 엿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자 Wm. 시어도어 드 배리(Wm. Theodore de Bary) 

1919년생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드 배리 교수는 현재 컬럼비아 대학의 명예 부총장이며 존 미첼 메이슨(John Mitchell Mason) 석좌 명예 교수이다. 신유학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동아시아의 신유학사상을 범(汎)아시아사적 관점에서 기술하면서 그 현재적 의의를 탐구한 학자이다. 아시아 연구협회(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회장을 비롯하여 학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많은 저작이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 The Trouble with Confucianism (Harvard University Press, 1991), East Asian Civilizations: A Dialogue in Five Stages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 등이 있다.

북리뷰

 제목게재지글쓴이날짜
01  新儒學을 현대적 관점서 재해석 조선일보이한우
1998.04.30
02  공맹 가르침에 담긴 개인존엄 사상 한겨레신문이상수
1998.05.05
03  동아시아 신유학사상 '혁신성' 조명서울신문 
1998.05.05
04  동아시아 사상적 전통, 신유학 결부도서신문안은주
1998.05.18
05  門中에 갇혀버린 듯한 道統의 자유로움교수신문윤호창
1998.05.18
06  동아시아 전통사상의 지도 그려 출판저널김교빈
199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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