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30일 토요일

이산의책16 강희제

강희제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 이준갑 옮김
2001년 1월 26일 / 320쪽 / 값 15,000원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강희제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적 형식의 독특한 전기. 자금성 건청궁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옥좌가 아닌 수수한 의자에 편안히 앉아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비통에 차 자신의 모든 것을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중국의 황제 강희제를 실제로 만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강희제는 누구인가
강희제(康熙帝)는 1661년부터 1722년까지 무려 61년간 중국을 다스린 청나라 황제였다. 61년의 재위기간은 그 이전의 어떤 중국의 황제보다도 긴 것이다. 그는 이 오랜기간 동안 청나라의 기틀을 완전히 다졌다. 삼번의 난을 평정하여 가장 큰 정치적 위협요소를 제거하였으며, 갈단을 정벌하여 서역으로 세력을 확장하였고, 타이완을 중국에 복속시켰다. 또 백성들의 세금을 크게 경감시켜 주어 문화사업을 지원하여 역사서와 백과사전을 편찬했다. 그리고 주접제도라는 비밀통신체계를 만들어 관료들의 태만을 감시하고 민심을 정확히 읽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황제로서의 업적과 정치력 때문에 강희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강희제의 자화상
스펜스 교수는 중국사 학계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방법―역사 속의 인물이 나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 형식―으로 강희제의 전기를 완성했다. 단편적이고 상투적으로 표현된 산더미같이 많은 공식적인 조서(詔書)나 발언에 묻어 있는 강희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 황제 강희제와 인간 강희제의 모습을 25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의 독자들 앞에 되살려 놓았다. 
이 책은 6개의 장과 2개의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은 독립되어 있는 듯이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되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문장이나 대화는 하나같이 사료에 근거한 것이며, 지은이가 지어낸 부분은 전혀 없다.
1장 '사냥과 원정'은 강희제가 중국 대륙을 종횡무진할 때 떠올린 생각,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풍부함과 다양함에 대한 깨달음 및 그것에 대한 분석으로 채워져 있다. 그에게 사냥은 유목민족인 만주족의 후예답게 오락이자 운동 같은 것이었지만 늘 군사적인 대비태세를 늦출 수 없었던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강희제의 치세는 영토확장과 국경분쟁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2장 '다스림'은 강희제의 황제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강희제는 다스림(治)이란 중국 전체의 경제적·교육적 구조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그는 삼번의 난을 평정하면서 황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지만 자신의 승리를 자랑하기보다는 이 난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엄청난 고통에 대해 자책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군주였다. 그의 선정(善政)의 단적인 예가 백성들의 세금을 영구히 동결한 조치(1712년)이다. 이른바 '성세자생정'(盛世滋生丁)이라고 하는 이 파격적인 인두세 동결조치를 통해 강희제는 자신의 시대가 태평성대이며, 청조가 검소하고 백성을 위하는 왕조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동시에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에게 하나의 확고한 표준을 마련해 두려고 했다.
3장 '사고'(思考)는 강희제의 행동과 상식뿐만 아니라 일정한 형체를 갖추지 않은 부분, 곧 새로운 현상에 대응하는 모습을 탐구한다. 강희제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는 유교경전을 열심히 읽었고, 뛰어난 주자학자들을 높게 평가했지만 결코 도덕적 고결함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호기심이 대단히 많았으며, 수학이나 천문학, 자연과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가 공자의 고택을 방문했을 때 보여준 태도(본문 132~135쪽에 상세)나 예수회 선교사들을 어떻게 대우했는가(136~140쪽에 상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4장 '장수'(長壽)는 강희제가 인간의 육신이 언젠가는 쇠약해진다는 사실을 얼마나 깊이 의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식이요법이나 질병·약·기억력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진시황처럼 불로장생을 꿈꾸는 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질병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육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장 '황자들'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을 넘어서서 강희제가 경험한 개인적인 절망을 보여준다. 강희제는 세상에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황제였지만, 단 한 가지 자식문제로 너무나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자식이 지나치게 많았던 데다가(아들이 36명, 딸이 20명이었다), 황태자로 책봉한 둘째아들이 그의 기대를 저버렸고, 나머지 황자들 사이의 파벌싸움도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안하무인격이 된 황태자를 자기 손으로 두 번씩이나 폐위시켰으며 파당을 도모한 자들을 모조리 죽였다. 이처럼 분노와 고뇌로 점철된 강희제의 애증세계를 통해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보다도 더 비극적인 인간 강희제의 불행을 목격하게 된다.
6장은 강희제가 1717년에 발표한 '상유'(上諭)이다. 강희제는 양력으로 1717년 12월 23일, 제위에 오른 지 56년 11개월 21일째 되던 날, 그의 재위기간 중 발표했던 상유 가운데 가장 긴 상유를 발표하였다. 6장은 이 고별상유를 완역한 것이다. 강희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이 상유를 발표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 고별상유를 마지막 장에 배치함으로써 앞선 5개 장이 상유에 대한 강희제 자신의 설명이 되게 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희제는 고별상유의 마지막 부분에서 "짐은 간을 드러내고 쓸개를 끄집어내고 오장(五臟)을 보여주는 것처럼 진심을 털어놓았다"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이 강희제가 고별상유를 발표하기 전까지의 생애를 다룬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상유를 쓰기 직전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생각을 가다듬는 강희제의 기억을 압축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부록 1에는 강희제의 육필편지 17통이 실려 있으며, 부록 2에는 1722년 12월 20일에 강희제가 사망한 직후 반포된 유조(遺詔)를 실었다. 유조를 보면 강희제의 고별상유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표현된 부분을 가위질하고 일부 순서를 바꾸어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문서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스펜스 교수는 강희제의 자화상에 멋진 화룡점정을 가한다.
"250년 후, 유조를 부록에 수록하고 강희제 스스로 원래의 상유를 말하게 한 것은 역사가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저자 조너선 D. 스펜스(Jonathan D. Spence)

예일 대학 역사학과 석좌교수(Sterling Professor)이며 현재 미국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이다.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윈체스터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다. 1959년 예일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여 1965년에 역사학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구겐하임 펠로우쉽, 맥아더 펠로우쉽 등을 수상했으며, 미국예술과학원과 미국철학협회 회원이다. 역사와 문학을 결합한 그의 독특한 역사서술방식은 연구자를 비롯한 일반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쓴 책으로는 The Death of Woman Wang, <천안문>,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God's Chinese Son 등 1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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