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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천황, 황실 제도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어떻게 '창출'되어, 어떤 양상을 보이면서 전개, 변용되어 왔으며, 패전 이후 현대의 '상징천황제'에까지 이르렀는가? 이 책은 메이지 유신 이래 메이지 헌법과 황실전범을 핵심으로 하는 법체계가 성립되어 가는 과정과 그 운용의 실태를 추적하는 한편, 정책입안자 뿐 아니라 민간의 천황론이나 국체론, 황실재산 논의, 그리고 패전 후 일본 의회에서의 천황제 논의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함으로써, 일본 근현대사의 핵심에 접근하려 한 노작이다. 저자의 논의는,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본의 정치, 사회적 변동에 대응하여, 천황, 황실, 천황제가 어떠한 변용을 겪으면서 국가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했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이 책은 서장을 포함해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도쿠가와 막부 말기의 정치적 격변 가운데 종래 형식적이었던 천황의 권위가 어떻게 창출되는지를 메이지 유신의 전개과정과 대응시켜 살펴본다. 천황의 지방 순행과 천황 초상 등이 일종의 상징 조작 기제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2장에서 7장까지는 메이지 유신 이후 패전에 이르기까지의 근대 천황제를 다룬다. 2장과 3장은 메이지 헌법과 황실전범에서 천황을 자리매김하는 다양한 논의가 이토 히로부미 등 정책입안자와 민간의 논자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정치적 군주'로서의 위상을 핵심으로 하는 이 논의 과정에서, 일본 정치체제의 제도적 다원성이 틀지어지고, 천황제를 뒷받침하는 화족제도가 일본적 '이에'(家) 질서 위에 창출되는 양상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들 논의 가운데 메이지 헌법에서는 사라진 양위 규정이나 여성 천황의 문제 등이 언급되었다는 점도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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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서는 메이지 헌법으로 명문화된 천황 통치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변증하기 위한 논리적 대응이 다뤄진다. '사회적 군주'에 대한 이노우에 고와시, 후쿠자와 유키치의 주장 등을 분석하면서 청일전쟁을 전후하여 일본 독자적인 국가론인 이른바 '국체론'이 내셔널리즘과 결합되는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5장은 황실재산 문제를 둘러싸고 황실개혁안이 대두하는 가운데 '황실의 국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다룬다. 이 장에서는 특히 한국 병합과 관련해서 일본이 이왕가를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영왕과 나시모토노 마사코(이방자)의 정략 결혼 당시에 황실전범을 개정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 한국근대사와 직결되는 문제도 언급되어 있다.
6장과 7장은 다이쇼 데모크라시와 파시즘이라는 대조적인 시대상에 대응한 천황제의 변용을 다룬다. 정당정치가 전개된 다이쇼기에 국가적 가치가 상대화되고 군주제가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황태자의 유럽 순방 등 황실개방정책이 일정하게 성공을 거둠에도 불구하고, 이후 군부를 중심으로 혁신운동이 대두하면서 내셔널리즘이 강화되어 천황기관설 사건 등 천황의 신격화가 극에 달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8장은 이상과 같은 메이지 헌법체제 하의 천황제가 패전 이후에 미국의 점령정책 가운데서 어떻게 상징천황제로 변모하게 되는지를 다루면서, 천황, 천황제에 대한 현대 일본의 국민의식 문제를 자문하는 에필로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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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특징과 출간 의의 | ||
저자의 지적대로 일본에서 천황과 황실은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주제일 뿐더러, 이른바 '황실 외교'와 관련해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주제이다. 이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책임 문제가 역사적으로 미해결된 상태여서 서구와의 관계에서도 불거지곤 한다. 최근 아키히토 천황 부처의 영국 방문 시에 재향군인회 등 민간단체가 반대 시위를 벌였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런데 일본의 천황, 황실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갖고 있는 영국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얼마전 '천황'이냐 '일왕'이냐 하는 호칭 논란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명확한 입장 정리나 시민적 합의의 도출도 없이 반복되는 일과성 이슈로서 치부되어 오진 않았는가? 이러한 현실 뒤에는 천황, 천황제에 대한 기초적인 '역사적' 지식의 빈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일본의 천황, 천황제를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일본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에 발맞추어 천황, 천황제가 어떻게 성립, 전개, 변용되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천황제에 대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의 근대 천황, 천황제에 대한 연구성과를 섭렵하고 소화해서 균형 있게 서술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큰강점이다. 본문에 인용된 연구서들과 함께 권말에 참고문헌을 덧붙여 놓아, 근대 천황제를 좀더 깊이 있게 알려고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록으로 수록한 1차 자료, '신, 구 황실전범 대조표'도 근현대 일본 천황, 천황제의 법제적 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 줄 것이다.
저자 스즈키 마사유키(鈴木正幸)1943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에서 태어났다. 1966년 도쿄 교육대학 대학원에서 일본사를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고베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있다.저서로 <근대 천황제의 지배질서>(1986), <전간기(戰間期) 일본의 농촌>(공저, 1988), <근대의 천황>(1992), <비교 국제사(國制史) 연구서설>(편저, 1992) 등이 있다. |
북리뷰
제목 | 게재지 | 글쓴이 | 날짜 | |
01 | 살아 있는 제도 '천황제' 심층분석 | 한겨레신문 | 이주현 |
199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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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日王' 객관분석의 틀 제공 | 중앙일보 |
199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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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사회변화 대응 정치시스템 연구 | 문화일보 | 배문성 |
199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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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일본의 정치 허울 벗기기 | 뉴스플러스 | 김영신 |
199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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