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열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옵니다. 이 말에서 따온 '이산'이라는 출판사 이름에는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으로 한권 한권 정성들여 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이산'에서 만든 책들이 독자들의 서가와 도서관의 서고를 가득 채워 '책산'을 이루리라는 꿈도 담겨 있습니다.
'이산'(移山)은 1996년 8월 8일 세상에 처음 나왔습니다. 이산을 만든 사람은 두 사람이고, 이들은 한 지붕 밑에 사는 부부입니다. 이들은 책을 많이 좋아하고, 대학 졸업 후 해온 일도 책을 만드는 일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책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평생 자기들 책을 만들며 살기로 마음 먹고 '이산'이란 출판사를 열게 된 것입니다.
'이산'이란 이름이 탄생하기까지 두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숱한 이름을 서로 떠올려 보고 불러 보고 써 보며 고민을 했습니다. 개중에는 '일산'도 있었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름들이 많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1996년 한여름, 경남 진주에서 고향 삼천포로 가는 완행버스에서였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얼마 전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던 신영복 선생의 책을 언급하여 그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한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선생의 호가 '쇠귀'(牛耳)임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우'(牛)자로 시작하는 고사성어가 뭐가 있나 하나씩 떠올리다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성어에 딱 멈췄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 우리가 가슴에 새기고 '출판의 의지'로 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공은 출판사 이름으로 쓰기엔 약간 투박해서 생략하고, 이산이 발음하기도 쉽고 어감도 좋아 '이산'으로 정했습니다.
사람들이 산을 가리켜 이산, 저산이라고 부를 때 '이산'이라고 친숙하게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고, 두 개의 산이라고 생각해도 이산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부부이니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무슨 책을 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장흐름도 조사해보고 출판의 트렌드도 파악해보는 등 이런저런 고민 끝에 거창하게 종합출판보다는 한 분야를 파고드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문화인류학 책을 내볼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전기를 내볼까도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을 내보는 것으로 구체적인 가닥을 잡았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기에 그런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의 책을 낼 것인지가 정해지니 그 다음 일은 척척 잘 진행되었습니다.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내겠다는 출판방향 아래 어떤 모양의 책을 만들까를 연구했습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인문과학서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편집자인 만큼 충실한 내용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민 고급 교양서를 내고 싶었습니다. 표지는 약간 터실터실 순박한 동양미를 은은히 풍기면서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말똥종이를 쓰기로 했습니다. 제본은 양장과 페이퍼백의 절충형태를 취하여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기품이 있는 반양장본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본문 편집은 여백을 살리고 서체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여 담백하고 깔끔하게 레이아웃했습니다.
주위의 우려와 격려 속에 1997년 7월 25일, 드디어 첫 책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가 나왔습니다. 연전에 어떤 주말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남편이 영화감독인데, 첫 영화가 개봉되는 날 부부가 극장 앞에서 사람이 들까 안 들까 초조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책에 대한 학계와 언론계의 평가도 좋았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열독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도쿄이야기>가 나왔고 <도쿄 이야기>는 주요 일간지들의 서평란 톱 면을 장식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수려한 표지와 본문 디자인으로 편집자들의 참고용 도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2~3개월마다 한 권씩 나와서 2005년 3월 현재 <실크로드 이야기>, <논어>(이산동양고전01), 20세기의 역사(히스토리아문디 01), 아프리카의 역사(히스토리아문디 02), <전장의 기억>, <리오리엔트>, <화려한 군주>, <원시적 열정>, <장안의 봄>,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현대일본을 찾아서>, <세계의 역사><유방> <휴먼 웹> <이슬람의 세계사 1,2><녹주공안> <멩켄의 편견집>까지 모두 64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1.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2. 도쿄 이야기 3. 로마에서 중국까지 4. 중국의 ‘자유’ 전통 5. 근대 일본의 천황제 6·7. 현대 중국을 찾아서 8. 천안문 9.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10.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11. 그림 속의 그림 12. 전원시와 광시곡 13. 칸의 제국 14. 번역과 일본의 근대 15. 중국영화사 16. 강희제 17. 옹정제 18.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 20. 베이징 이야기 21.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22. 왕 여인의 죽음 23. 전장의 기억 24. 리오리엔트 25. 린 마을 이야기 26. 화려한 군주 27. 내셔널리즘 28. 세계화의 원근법 29. 원시적 열정 30. 장안의 봄 31. 반역의 책 32·33.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34. 창힐의 향연 35. 쾌락의 혼돈 36. 디아스포라의 지식인 37. 현대일본의 역사 38. 번역과 주체 39. 문답으로 엮은 교양중국사 40·41. 현대일본을 찾아서 43. 근대일본의 발명 44. 신의 아들 훙슈취안 45.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46. 유방 47. 달라이라마의 나라 티베트 곧 48. 중국을 바꾼 서양인들 49. 녹주공안--청조지방관의 재판기록 50. 룽산으로의 귀환
이산동양고전
1. 논어 이산
히스토리아문디
1. 20세기의 역사 2. 아프리카의 역사 3.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4. 전염병의 세계사 5. 전쟁의 세계사 6.7. 세계의 역사 8. 휴먼 웹 9. 중세의 사람들 10,11. 이슬람의 세계사 12.링컨의 연설과 편지 13.멩켄의 편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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