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히스토리아문디03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키스 W. 휘틀럼 지음 / 김문호 옮김
2003년 8월 28일 발행/ 384쪽/값18,000원

고대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고대 이스라엘을 발명한 성서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침묵당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의 책. 저자는 고대 이스라엘이 역사적 실체가 아니라 유럽 국민국가, 나아가 서양 근대문명을 합리화하려는 학자들의 발명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성서를 허구가 아닌 역사로 간주해 온 성서연구 담론이 팔레스타인의 땅과 과거 모두를 박탈하는 데 일조했음을 증언하는 '해체의 역사.' 

● 편집자 서평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은 범상치 않은 책이다. 꼼꼼한 학술서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서적인 고대사의 몰지각한 수많은 전제를 뿌리째 뒤흔들 만큼 대담하고 독창적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접하는 순간 아주 보기 드물 뿐 아니라 활력에 넘치는 예리한 정신과 비전을 발견하게 된다.
  ―에드워드 사이드
이 책은 고대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고대 이스라엘 탐구에 의해 어떻게 침묵당해 왔는지, 역사적 실체가 없던 고대 이스라엘이, 유럽 국민국가 나아가 서양 근대문명을 합리화하려는 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밝히는 '해체의 역사'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는 발명되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은 그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인 책이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대 이스라엘 역사는 발명된 것이며, 그 결과 팔레스타인 역사는 철저하게 침묵당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왜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발명했는가?
서양문명과 이스라엘
주지하다시피 서양문명의 두 축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고, 헤브라이즘의 근간은 그리스도교이며 그리스도교의 뿌리는 고대 이스라엘에 있다. 서양은 자신의 문명이 인류문명의 정점에 있으며 근대 국민국가(민족국가)는 그 문명을 표상한다고 간주해 왔다. 이런 사상은 내셔널리즘을 통해 또는 식민지배를 통해 전세계에 확산되었으며, 이제는 보편성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우리의 경우, 과거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이나 민족해방운동, 해방정국에 남북 양쪽에서 전개된 각기 체제를 달리 하는 새로운 국가건설운동, 60∼70년대의 근대화운동, 그리고 지금의 국민소득 2만 불 선진국 진입론 등도 궁극적으로는 번듯한 국민국가 만들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유럽발(發) 국민국가론의 마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근대 국민국가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진화론적 도식이다. 즉 국민국가는 역사발전의 필연적인 귀결이며, 진화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서양 문명은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역사가 필요했고 그 역사의 뿌리를 고대 이스라엘에서 찾았다. 그 근거는 다름 아닌 성서였다. 성서에 묘사된 고대 이스라엘 국가, 구체적으로는 다윗-솔로몬 왕국이 국민국가의 원조가 되는 셈이다. 부도덕하고 야만스러운 팔레스타인 땅에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천재적인 이스라엘 민족이 들어와서 그 땅에 새로운 문명과 종교를 전파하고 팔레스타인 지역 최초의 국가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땅이고 팔레스타인의 과거 역시 이스라엘의 역사이며 1948년에 수립된 이스라엘 근대국가도 바로 이런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성립되었다는 것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원래 그들의 땅이었던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지 팔레스타인을 강탈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침묵당한 팔레스타인 역사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양의 성서학자들―주로 독일과 미국의 성서학자들―은 성서를 근거로 표준적인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발명했고, 이 역사에 대한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준 것은 성서고고학이다. 문제는 성서고고학이 성서에 부합하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밖의 것은 모두 배제한다는 점이다. 롤런즈라는 학자의 말대로 "과거 없는 국민이란 어불성설이며 고고학은 국민국가 만들기를 위한 근대의 투쟁에서 과거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원자료를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만약 '성서=역사'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지은이는 성서시대의 팔레스타인에 문자로 기록된 자료가 성서 하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성서=역사'는 진리가 아니라 가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모든 표준적인 이스라엘 역사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입각한 발명품이며 진정한 역사는 성서적 역사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역사이고, 이스라엘 역사는 팔레스타인 역사의 한 부분이어야지 팔레스타인 역사의 전체인 양 가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드의 다음과 같은 이스라엘 비판은 대단히 시사적이다. "이스라엘은 한 장소에 대한 시간적으로 무제한적인 집착에 근거하여 자신의 역사적 존재를 주장할 수 있으며, 확실한 군사력으로 다른 모든 시간적·역사적 대항주장들(counter-claims)을 철저히 부정함으로써 자기 주장의 보편성을 유지한다."
팔레스타인 역사 재현하기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문제가 워낙 난마처럼 얽혀 있고 수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정치적인 투쟁에만 관심을 갖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은 고대의 과거에 있음을 이 책의 지은이는 학자로서 열과 성을 다해 밝혀내고 있다. 더구나 서문에 적었듯이 지은이는 원래 팔레스타인 고대사를 쓰려고 했으나 근대 서양의 성서연구 담론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단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음을 깨닫고 이 담론의 권력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것은 단순히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재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대 국민국가 더 나아가 서양문명의 근간을 뒤엎는 데까지 이어져 있다. 그래야만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팔레스타인의 대안적인 과거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격의 여진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단순히 지적 충격의 강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국민국가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의 역사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단적으로 우리와 일본, 중국이 고대사를 어떻게 서술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대를 국민국가의 관점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현재와 연결시키려 하지 않는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번지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대사를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고 그토록 신봉하는 국민국가와 내셔널리즘의 문제를 찬찬히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키스 W. 휘틀럼(Keith W. Whitelam) 
고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연구하는 키스 W. 휘틀럼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으며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털링 대학교 종교연구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국 셰필드 대학교 성서연구과 교수 겸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극찬한 이 책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외 다른 저작으로는 The Emergence of Early Israel in Historical Perspective (1987)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북리뷰
 제목게재지글쓴이날짜
01  국민국가오리엔탈리즘이 날조한 고대 이스라엘연합뉴스김태식200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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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이책!]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대구 매일신문이재협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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