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이산의책45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오금성 외 지음
2007.5.14/A5신/656쪽/29,000원/
ISBN 978-89-87608-59-4

국내 명청사학계의 원로·중견·소장 학자 21인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명청시대의 사회와 경제에 대한 친절한 입문서이다. ‘행정과 재판’ ‘사회와 환경’ ‘지배층과 민중’ ‘생산과 유통’의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 실려 있는 22개의 테마를 읽어 나가다 보면 명청시대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밑그림이 완성된다. 

새롭게 주목받는 명청시대
세계사에서 서양의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가 특별한 의의를 갖는 것은, 이를 계기로 서양사회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여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어 근대화에 먼저 성공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세계 표준’(global standard)으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계 표준’이 성립하기까지 서양의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는 중국이었다.
명청시대의 중국은 당시에 충분히 ‘세계 표준’을 만들 만한 능력이 있었고 실제로 그럴 뻔했다. 서양에 르네상스가 있었다면 엇비슷한 시기의 중국 송대(宋代)에는 그것에 버금가는 사상, 예술의 일대 변용이 있었다. 주자학이 등장했고 중국화의 화풍이 완성되었다. 또 서양에 대항해시대가 있다면 중국에는 정화의 남해원정이라는 대항해의 역사가 있었다. 대항해시대를 연 인물로 일컬어지는 포르투갈의 엔리케 항해왕자가 후원하는 원정대가 서아프리카 베르데 곶에 도달하기 전에, 명조 영락제의 후원을 받은 정화는 동아프리카 해안에 도달했다. 포르투갈에서 서아프리카 해안까지의 거리와 중국에서 동아프리카 해안까지의 거리를 비교하면 정화의 원정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역사가들이 명청시대의 중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서양을 압도했던 이런 과거에 대한 단순한 복원 내지 재평가에 있지 않다. 이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는 바로 현재이다. ‘세계의 공장’ ‘세계 에너지의 블랙홀’로 불릴 만큼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목도하면서, 그 가능성과 한계를 명청시대에 투사해 보려는 것이다.
국내 명청사 연구자들이 함께 쓴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개관 지난날 명청시대에 대한 주요 관점은 근대화론에 입각한 동양사회 정체론이나 마르크스주의(또는 마오주의)에 바탕을 둔 계급투쟁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 종결되고 개혁개방에 돌입한 이래, 중국의 놀라운 변화상은 명청시대의 역동성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국내 명청사 학계의 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21명의 연구자들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오금성 교수의 정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힘을 합해 공동집필한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입문서이다. 21명의 필자들은 변화하는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내외의 최신 연구경향과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는 동시에 비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기왕의 왕조사 중심 서술에서 탈피하여 본격적인 사회경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은 명청시대를 지탱한 시스템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국가의 지배구조에 해당하는 행정과 재판제도에서부터 사회환경과 사회계층, 그리고 생산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명청시대의 전체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건과 제도에 대한 교과서적인 설명이 아니라 가급적 명청시대의 역사성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했다.
이 책에 담긴 논의들은 단지 중국이라는 한 외국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중국의 명청시대는 시간적으로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와 거의 일치하므로 그 어떤 시대보다 현재의 우리가 갖고 있는 유형무형의 전통이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몇몇 테마, 특히 ‘대운하’ 같은 것은 현재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경부운하 건설 주장의 허와 실을 냉정하게 검토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참조항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책에서 읽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행간의 의미는 명청시대의 번영이 왜 한계에 봉착했으며, 또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려 했고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는 한, 명청시대는 현재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역사적 준거가 되며, 이 책은 그에 대한 썩 괜찮은 길잡이의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필자 오금성 

194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같은 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중국 근세 사회경제사 연구―명대 신사층의 형성과 사회경제적 역할』(1986), 『국법과 사회관행: 명청시대 사회경제사 연구』(2007) 등이 있다.
관료제도―차혜원(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세역제도―김홍길(강릉대학교 사학과 교수)
향촌조직―송정수(전북대학교 사회교육학과 교수)
지방행정―한승현(미국 보스턴 대학 강사)
재판―김선혜(숙명여자대학교 지역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인구―이준갑(인하대학교 사학 전공 부교수)
지역개발―전형권(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환경―정철웅(명지대학교 사학과 교수)
종족―홍성구(경북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
표류민―최소자(이화여자대학교 사학 전공 명예교수)
도시―이윤석(공주대학교 강사)
신사―오금성(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명예교수)
무뢰―오금성(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명예교수)
민간종교―유장근(경남대학교 역사학 전공교수)
민중반란―정병철(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
전족―이근명(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
농업―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수공업―박기수(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
상업―이화승(서울디지털대학 중국학부 교수)
대운하―조영헌(서울대학교 강사)
소금―구범진(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
담배―원정식(강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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