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히스토리아문디08 휴먼 웹: 세계화의 세계사

휴먼 웹: 세계화의 세계사
존 맥닐·윌리엄 맥닐 지음/유정희·김우영 옮김
2007년 7월 21일 발행/496쪽/값 22,000원
ISBN 978-89-87608-61-7

윌리엄 맥닐과 존 맥닐 부자(父子)는 유사 이래 인간을 상호작용과 교환의 패턴 안에 모여들게 한 복수(複數)의 웹을 탐구한다. 작든 크든 느슨하든 타이트하든 이들 웹은 사상·상품·권력·돈이 문화와 사회와 국가라는 틀 안에서 또는 그 경계를 넘어 이동하게 하는 매개수단을 제공해왔다. 일체의 환경적·문화적 결정론을 멀리하면서, 맥닐 부자는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며 간결한 설명을 통해 세계사의 큰 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을 펼쳐 보인다.

● 편집자 서평
이 세계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알고 싶지만 많은 역사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해, 이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다양한 역사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던 고집 센 두 부자(父子) 역사가가 함께 쓴 세계사.
상호작용의 웹을 통해 본 인류역사
이 책에서 말하는 웹(Web)이란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연결장치이다. 이 연결장치는 우연한 만남에서 가족관계, 친구관계, 종교, 문화교류, 전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을 띤다. 사람들은 이런 모든 관계 속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교환된 정보를 이용하여 앞날을 준비한다. 그리고 웹에서는 유용한 사상, 기술, 인력, 물자만 교환되고 전달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질병·잡초·해충처럼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교환된다. 바로 이런 정보, 물건, 해로운 것 등의 교환과 확산, 그리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역사를 형성하는 요인이다. 한편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은 주변환경을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바꾸어가려는 인간의 야망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혹은 정신적인 야망의 수준은 자기가 갖고 있는 정보와 사상과 선례에 좌우된다. 따라서 웹은 인간의 일상적인 야망과 행동을 규정하고 조정해 왔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휴먼 웹은 적어도 인간이 말을 하기 시작한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인류의 먼 조상들은 소규모 집단 속에서 서로 의사를 소통하고 정보와 물건을 교환함으로써 사회적 결속을 다졌다. 아울러 산발적이긴 하지만 집단 간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도 있었다. 인류의 조상이 세계 각지로 흩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오늘날까지 같은 종(種)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집단들 사이에서 유전자와 배우자가 교환되었다는 증거이다. 뿐만 아니라 먼 옛날 활과 화살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은 유용한 기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전수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것은 느슨하고 광범위하며 상당히 오래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 즉 최초의 월드와이드 웹이 존재했음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이다.
약 1만 2000년 전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구가 점점 조밀해지자 이전의 느슨한 웹 속에서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소규모 웹이 형성되었다. 이런 과정은 농경이나 어로가 발달하여 정착이 가능했던 지역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층 타이트한 웹은 그 범위가 지역적이고 지방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쯤 마침내 이 지역적이고 지방적인 복수(複數)의 웹 가운데 일부는 도시가 발달하면서 더욱 타이트한 웹으로 변해갔다. 도시는 교차로이자 정보, 물자, 감염증의 저장고 역할을 했고, 새로운 웹은 도시와 도시 혹은 도시와 그 배후지를 연결하는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메트로폴리탄 웹으로 확장되었다.
최초의 메트로폴리탄 웹은 약 6천년 전에 시작된 고대 수메르 도시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일부 메트로폴리탄 웹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거나 다른 메트로폴리탄 웹에 흡수 또는 병합되었다. 어떤 메트로폴리탄 웹은 한때 번영을 누리다가 결국에는 쇠망해버렸다. 이처럼 웹의 건설과정에는 수많은 반전이 있었다.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 대부분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올드월드 웹은 수많은 작은 웹이 단계적으로 결합하여 약 2천 년 전에 형성되었다. 지난 500년 동안 활기를 띠었던 대양 항해는 전세계에 산재하는 메트로폴리탄 웹을 단일한 코즈모폴리턴 웹으로 통일시켰다. 비록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경험하긴 하지만 오늘날 모든 이들은 단일한 글로벌 웹, 즉 하나의 커다란 협력과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다. 이처럼 갖가지 웹이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인류역사의 아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딜레마
모든 웹은 협력을 하기도 하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인간집단은 가족이든 씨족이든 국가든 사회든 기업이든 군대든 자신의 대오 안에서 효율적인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을 성취하는 가운데 자신의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협력이 커질수록 그 사회는 부강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가 계층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즉 웹이 확장될수록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은 부와 권력과 불평등을 동시에 초래하게 된 것이다. 적대적인 경쟁 역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또 다른 협력과 권력의 집중을 조장했다. 보다 효율적인 집단이나 개인은 덜 효율적인 집단이나 개인을 희생시킴으로써 더 많은 자원과 재산과 추종자를 획득했다. 그리하여 역사의 대세는 자발적이든 강요에 의해서든 경쟁을 통해서 더 큰 사회적 협력구조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웹이 커질수록 웹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최초의 월드와이드 웹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나 물자의 양과 속도는 적고 더뎠으나, 6천 년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메트로폴리탄 웹은 정보와 물자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전달했으며 그만큼 역사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커졌다. 이런 웹들이 성장하고 융합함에 따라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는 사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반면에 고립에서 벗어난 사회는 다른 사회와 보조를 함께 하면서 다른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해졌다.
코즈모폴리턴 웹은 1890년 이후 더욱 타이트해졌다. 지리적으로는 조금밖에 확대되지 않았으나 커뮤니케이션의 규모와 속도는 현저하게 증가했다. 이 급속한 세계화로 인해 불평등이 커지자 분개한 사람들은 내셔널리즘과 전쟁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일부에게는 내셔널리즘과 전쟁을 불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나 일부에게는 그것을 더욱 신봉하는 동기가 되었다. 전후의 정치적·경제적 압박, 특히 공황으로 신음하던 세계는 내셔널리즘에 바탕을 둔 경제자립정책을 모색했고, 이 추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1945년 이후 집권한 각국 정부는 다시 한번 통합과 세계화를 추진하여 미증유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일시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했다. 1980년 이후 기술개발과 정책이 결합되어 세계화가 가속화되었으나 이번에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코즈모폴리턴 웹은 지구상의 거주 가능한 지역, 모든 민족과 생태계를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요컨대 웹이 더욱 타이트해면서 부와 권력의 집중은 강화되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장기적인 전망
1. 아들의 전망
지난 역사를 통해 명백히 알 수 있듯이 복잡한 사회는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정보화시대에 그런 불평등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자, 이 세상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현존하는 무기보다 파괴력이 큰 무기들이 개발된다면 안타깝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세기 동안의 장기적인 추세에 반할 뿐 아니라 소중한 자유의 관념에 제약을 가할 수도 있는 그런 노력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2. 아버지의 전망
앞으로 크고 작은 재앙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인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대처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면대면의 1차공동체가 필요하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런 공동체 내에서 의미와 가치,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모든 성원, 심지어 가장 보잘것없고 불운한 자들에게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포와 같은 1차공동체들이 현재의 인구와 부와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전지구적인 코즈모폴리턴 웹 내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번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공생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도록 공생의 조건을 재검토하고 도시생활에 만연한 익명성을 상쇄해줄 1차공동체를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 

저자
존 맥닐(John R. McNeill)
미국 시카코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75년 스워스모어 칼리지를 졸업하고, 듀크 대학에서 1977년과 1981년에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1985년 이후 줄곧 조지타운 대학 외무학교(School of Foreign Service) 및 역사학과의 역사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사·환경사·국제관계사를 가르치고, 특히 환경사 전공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 Something New Under the Sun(2001)이 있다.
윌리엄 맥닐(William H. McNeill)
1917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미국으로 이주하여 1934∼1939년에 시카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코넬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군에 입대하여 5년 동안 군복무를 하고 복학, 1947년에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이후 40년 간(1947∼1987) 시카고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명예교수이다. 이 책 『휴먼 웹』의 공동저자 존 맥닐의 아버지이다. 저서로 『전염병의 세계사』 『전쟁의 세계사』 『세계의 역사 1·2』 등이 있다.

북리뷰
 제목게재지글쓴이날짜
01  휴먼 웹연합뉴스서한기2007.07.25
02  인류역사 웹으로 풀어내다국민일보 2007.07.27
03  인간의 역사를 바꾼 군사기술동아일보권재현2005.10.08
04  인간사 물줄기 바꾼 전염병 전쟁 비합리성 고발세계일보심재천2005.10.08
05  대재앙 콜레라, 상하수도 시설 바꿨다중앙일보남윤호2005.10.08
06  전염병과 전쟁의 상관관계 '역사풀이'영남일보김봉규200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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