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이산동양고전01 논어

논어
미야자키 이치사다 해석 / 박영철 옮김
2001년 10월 27일 발행 / 본문 368쪽 / 값 15,000원

<논어>는 딱딱하고 어려운 유교경전도, 단순한 교훈집도 아니다. 제자들에게 예(禮)를 가르치고, 시(詩)를 노래하고, 인물을 평하고, 인생을 이야기한 공자의 인간론이다. 

● 편집자 서평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왜 <논어>를 번역했는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당연히 논어와 성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성서가 서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가늠할 수 없듯이 논어가 동아시아 사회에 미친 영향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따라서 지난 2,500년 동안 논어에는 수많은 학자나 사상가들의 주석과 해석이 첨가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논어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장구한 세월 동안 읽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야자키의 지적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논어 해석은 예외없이 경학(經學)적인 해석이었기 때문에 논어 본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현대인들이 논어를 난해한 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논어가 2,500년 전의 언어이므로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대의 주석에 얽매이지 말고 공자 당시의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논어를 원문으로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노력을 기울일 만한 시간도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다. 성서를 반드시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그래서 그의 논어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주석을 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논어 전문(全文)을 번역하는 데 있다고 단언한다. 

역사학자에 의한 새로운 해석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오랜 세월에 거쳐 켜켜이 쌓인 주석에서 벗어나 공자가 실제로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원문에 충실한 직역만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원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번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직역체의 번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래서는 진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생각이다. 바로 여기서 의역의 필요성이 생겨난다. 미야자키는 단순히 의미를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의(大意)를 전달하기 위해 원문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각오 아래 과감히 의역을 택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지금까지의 그 어떤 <논어> 번역과도 다른 새로운 논어 번역을 완성했다.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새로운 해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너무나도 유명한 논어의 첫 문장 "學而時習之不亦說乎"는 일반적으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로 해석한다. 그러나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 말을 했을 때는 그냥 막연히 "배우고 때로 익힌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그 단서를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에서 찾는다. 사마천이 '공자세가' 말미에 "문하생들은 때로써 예를 그 집에서 익힌다"(諸生以時習禮其家)라고 한 것을 근거로 "學而時習之"의 之(이것)를 '예'(禮)로 보고, 이 구절을 "(예를) 배우고 때를 정하여 (제자들이 함께 모여) 실습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번역한다. 
그 밖의 특징
미야자키는 <논어> 전 20편을 주자(朱子)의 <논어집주>(論語集註)의 장(章) 구분에 의거하여 전체를 통괄하는 일련번호를 붙임으로써 독자가 통괄번호를 알면 그것이 몇 편 몇 장에 해당하는지 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탁월한 해석 못지않게 번역자 박영철 교수의 노력이 돋보인다. 우선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직역체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제시한 일본의 전통적인 훈독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조선 선조(宣祖) 때인 1612년에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논어 번역서 <논어언해>(論語諺解)를 바탕으로 그 유장한 고어투 글맛을 살린 직역체로 대체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해주었다. 또한 원서에는 없는 상세한 공자연보를 만들어 공자의 일생과 논어의 상관관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인명뿐만 아니라 논어의 각 구절을 원문과 번역문으로 나누어 찾고자 하는 문장을 최대한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찾아보기를 꾸몄다.


저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

역사학자 미야자키는 1901년 일본 나가노 현에서 태어나 1995년 타계했다. 교토(京都) 대학 문학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생을 교토 대학 교수로 있었으며, 1960년과 1965년 사이에는 파리·하버드·함부르크 대학에 객원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중국사의 거의 모든 분야와 서아시아사에 걸쳐 방대한 연구업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九品官人法の硏究>, <科擧>, <アジア史硏究> 1-5, <論語の新硏究>, <水滸傳> 등 다수가 있으며, 1991년에는 모든 그의 저작을 한 데 모은 <宮崎市定全集>(전24권)이 간행되었다.

북리뷰


 제목게재지글쓴이날짜
01 역사적 통찰 담긴 거장의 논어 해석조선일보김기철
2001.11.03
02 "현학적 주석은 공자 훼손" 상식 바탕 담백한 번역 문화일보최영창
2001.11.09
03 공자 및 논어 스칼라십에 경종을 울리는 책YES24 표정훈
2001.11.13
04 '공자의 진실' 캐는 파격적 해석시사저널박성준
200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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